자녀교육,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arents’ Evening에서 선생님에게 “Your child is doing really well”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마음이 놓입니다.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고 수업도 잘 따라가고 있다니 부모로서는 그보다 반가운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모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합니다.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는데도 또 생각이 시작됩니다.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조금 더 시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이런 고민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잘하고 있는데, 더 시켜야 할까

잘하고 있다는 것과 아이가 충분히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꼭 같은 의미는 아닐 수 있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에게 비슷한 문제를 계속 많이 풀게 하는 것보다 처음 보는 문제 하나를 오래 생각하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책을 잘 읽는 아이라면 몇 권을 읽었는지보다 그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했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더 시킨다는 것이 꼭 문제집 한 권을 더 풀고 수업 하나를 더 듣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려운 것을 만나보고, 생각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다시 해보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 그런 경험도 아이에게는 공부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아이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어느 순간 묻습니다.

“그런데 왜 공부해야 해?”

부모에게는 몇 년 뒤가 보입니다. GCSE가 있고 A level이 있고, 그 뒤에는 대학이나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 어떤 것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몇 년 뒤까지 생각하며 계획하지만 아이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주어도 아이 자신이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결국 부모의 계획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는 그 계획이 아이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부모가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남의 아이 이야기라면 조금 쉬운데

남의 아이 이야기에는 참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자기 속도가 있다고, 성적이 전부는 아니라고, 너무 공부만 시키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내 아이가 되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조금만 더 하면 잘할 것 같은데 하지 않으면 아깝고, 다른 아이들이 앞서가는 것 같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지금 준비해주지 않았다가 나중에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준비가 부족해서 그 길을 포기하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듭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습니다.

좋은 학교를 찾아주고 싶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고, 가능하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아이가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욕심과 사랑을 깨끗하게 나누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조금 더 해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아이에게 필요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불안해서인지 부모 자신도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하지 못했던 것, 기회가 없어서 포기했던 것,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달라졌을 것 같은 것을 내 아이에게는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 아이에게는 내가 겪었던 아쉬움을 남겨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원했던 삶과 아이가 원하는 삶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나 더 시작하기 전에 가끔은 부모인 나에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이것을 아이에게 시키고 싶은 걸까.

아이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불안해서 무언가를 더하고 싶은 것인지.

답이 금방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질문을 해보는 것 자체가 필요한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변한다





아이 키우는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학교를 찾아주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하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도와주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잘 풀리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것을 어느 날 싫다고 하기도 하고, 별 관심 없던 과목을 어떤 선생님을 만나면서 좋아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감이 넘치던 아이가 어느 시기에는 많이 흔들리기도 하고, 부모가 걱정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학교도 중요하고 선생님도 중요합니다. 친구도 영향을 주고 가정환경도 영향을 줍니다. 아이의 성격과 성장 속도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좋은 학교 하나를 찾아준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와 학교가 맞아야 하고, 선생님과도 맞아야 하고, 그 아이에게 맞는 시기도 있습니다. 때로는 부모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선생님 한 사람이나 작은 경험 하나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식 교육만큼은 어느 부모도 쉽게 자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 순간에도 자라고 있고 변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과거에 교육받았고 아이들은 미래를 살아간다

부모에게 또 하나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교육받았던 세상의 경험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웁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 속에서 자란 세대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그 경험을 기준으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너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직업도 달라지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길이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똑같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과거에 받은 교육과 경험을 가지고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살아갈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손을 놓고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 많고, 부모 눈에는 먼저 보이는 것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려운 것은 그 사이인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알려주고, 어디까지 밀어주고, 언제 기다려주고, 언제부터 아이에게 조금씩 선택을 맡길 것인가.


더하기 전에 한번 바라보기




그래서 저는 요즘 아이 교육에서 무엇을 더 해줄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몇 가지를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지금 편안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쉬워서 지루해하고 있는 것인지.

어려운 것을 만났을 때 힘들어하는 것이 성장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어려움인지, 아니면 너무 버거워서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부모인 내가 무언가를 더 시키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것만 잘 살펴봐도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조금 더 어려운 공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새로운 활동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아이에게는 오히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내린 결정을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학기에 잘 맞았던 방법이 다음 학기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몇 년 동안 생각해왔던 진로가 아이에게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면 계획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변한다면 부모의 계획도 함께 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모도 아이와 함께 배운다

Parents’ Evening에서 “Your child is doing really well”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음 단계의 공부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냥 아이를 조금 더 바라봐도 좋겠습니다.

무엇을 쉽게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반짝이는지, 어려운 것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언제나 무엇인가를 더 해주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떤 때는 한 걸음 더 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어떤 때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아이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마 그 둘을 구별하는 것이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답을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고, 세상도 변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생각도 함께 변합니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보내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해도 결국 그 아이의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은 아이 자신입니다.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를 때 여러 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필요한 준비를 도와주고, 언젠가 아이가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발견했을 때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한 발 뒤에서 바라봐야 할 때도 오겠지요.

어쩌면 자녀 교육은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아이를 데려가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변할 때마다 부모도 함께 배우고 생각을 바꾸면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무언가를 더하기 전에 먼저 한번 아이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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