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에서 생일파티 초대장을 받아왔다면? RSVP부터 선물, 그리고 우리 아이 생일까지 알아두면 좋은 영국 학교 생일 문화
아이가 영국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날 가방에서 작은 카드 한 장을 꺼내 놓습니다.
“엄마, 나 생일파티 초대받았어!”
아이에게는 무척 신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라면 초대장을 들고 잠시 고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RSVP는 뭐지? 답장을 꼭 해야 하나? 선물은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지? 부모도 같이 있어야 하나?
그리고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몇 번 다녀오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깁니다.
그럼 우리 아이 생일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야 하나?
한국에서도 물론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하지만, 영국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생일파티가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에서 생각보다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초대장을 보내고, RSVP를 받고, 장소를 예약하고, 친구들이 함께 놀고, 케이크를 자르고, 파티가 끝나면 party bag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말마다 누군가의 생일파티에 가는 시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조금 신기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이들 생일을 정말 많이 챙기는구나.’
그런데 여러 해를 지켜보니 생일파티는 단순히 생일을 축하하는 것 이상의 의미도 있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친구를 초대하고 또 초대받으면서 학교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부모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친구를 알게 되고 다른 부모들과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어쩌면 영국 아이들에게 생일파티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작은 사회생활의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생일파티도 함께 변한다는 것입니다.
1. 초대장을 받아왔다면 제일 먼저 RSVP부터 확인하세요
영국 학교의 생일 초대장은 종이 카드로 받아오기도 하고, 부모들끼리 연락처를 알고 있다면 문자나 WhatsApp 등으로 초대를 받기도 합니다.
초대장에는 보통 생일을 맞은 아이의 이름, 날짜, 시작과 종료 시간, 장소와 함께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자주 보게 되는 것이 RSVP입니다.
쉽게 말하면 **‘참석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생일 초대장을 받아왔는데, 초대장을 받았으니 그 날짜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가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영국 생일파티에서는 미리 참석 여부를 알려주고, 그 인원에 맞춰 예약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RSVP를 제때 하지 못했고 결국 아이가 그 파티에 갈 수 없게 된 적이 있습니다.
친구 생일파티에 갈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이는 못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영국에서 생일 초대장을 받으면 날짜보다 먼저 RSVP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요.
특히 soft play, trampoline park, bowling 등에서 하는 파티는 참석하는 아이 수에 맞춰 자리를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RSVP가 중요합니다.
참석할 수 있다면 답장은 아주 간단하게 보내도 됩니다.
“Thank you for inviting Mina. She would love to come.”
참석하지 못할 때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Thank you so much for the invitation. Unfortunately, Mina won’t be able to make it.”
초대장을 아이 가방에서 늦게 발견했거나 RSVP 날짜를 놓쳤다면 바로 포기하지는 마세요. 늦게 확인했다고 이야기하고 아직 자리가 있는지 정중하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한 번 경험하고 배우지 않도록, 처음 초대장을 받아왔다면 RSVP 날짜부터 확인해두세요.
2. 생일선물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다음 고민은 선물입니다.
“얼마짜리를 사야 하지?”
처음에는 너무 작은 선물을 하면 성의 없어 보일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비싼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학교 친구의 생일선물은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의 나이에 맞는 책이나 craft set, stationery, 작은 장난감, board game 등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면 충분합니다.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그 친구는 뭘 좋아해?”
의외로 아이들은 친구가 football을 좋아하는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초대한 부모에게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 가볍게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선물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입니다.
3. Birthday Card도 같이 준비할까요?
영국에서는 생일선물과 함께 birthday card를 주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마트나 카드숍에 가면 어린이용 생일카드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비싼 카드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직접 친구 이름을 쓰고,
Happy Birthday!
라고 적은 뒤 자기 이름을 써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린아이가 삐뚤삐뚤하게 직접 쓴 카드도 좋습니다.
선물을 포장한 뒤 카드나 선물에 우리 아이의 이름을 확실하게 적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많은 아이가 한꺼번에 선물을 가져오는 파티라면 나중에는 누가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알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 부모도 파티에 함께 있어야 할까요?
이것도 처음에는 꽤 헷갈립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왔다가 다시 데리러 가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두 시간 동안 부모도 파티에 함께 있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이것은 아이의 나이와 파티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Reception이나 어린 학년에서는 부모가 함께 머무르는 경우가 비교적 많습니다. 특히 아이가 아직 낯선 장소에 혼자 있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부모가 함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씩 커지면 부모가 데려다주고 파티가 끝나는 시간에 다시 데리러 오는 drop-off and pick-up 형태가 자연스러워집니다.
확실하지 않다면 초대한 부모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Would you like parents to stay, or is it drop-off?”
전혀 이상한 질문이 아닙니다.
아이를 두고 나오는 경우에는 파티가 끝나는 시간을 정확히 확인하고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를 알려두는 것도 좋습니다.
5. 형제자매도 같이 데려가도 될까요?
생일파티가 주말에 있다 보면 동생이나 다른 형제자매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초대장은 초대받은 아이 한 명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인원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파티라면 갑자기 형제자매가 추가되는 것이 초대한 부모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꼭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물어보세요.
장소에 따라서는 부모가 동생의 입장료를 별도로 지불하고 함께 있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6. 알레르기나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다면 미리 알려주세요
아이가 음식 알레르기가 있거나 vegetarian, halal 등 dietary requirement가 있다면 RSVP를 할 때 함께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영국 학교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다니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한 요청이 아닙니다.
특히 심각한 allergy가 있는 아이라면 파티 장소와 음식에 대해 초대한 부모와 미리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7. 저학년의 생일파티는 정말 ‘파티’ 같습니다
Reception이나 Key Stage 1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는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어린이 생일파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Soft play centre에서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고, community hall을 빌려 많은 친구를 초대하기도 합니다. Trampoline park, football party, craft activity 등 아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파티도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초대하는 친구 수도 비교적 많습니다.
반 친구 대부분이나 상당히 많은 아이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있어서 파티에 가보면 정말 북적북적합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부모들은 한쪽에서 기다리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테이블에는 음식과 케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말 그대로 children’s birthday party다운 풍경입니다.
초대장에는 장소에 따라 준비해야 할 것도 적혀 있을 수 있습니다.
Trampoline이나 activity centre라면 특정 양말이나 편한 옷이 필요할 수도 있고, swimming party라면 수영복과 수건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 초대장을 받으면 날짜와 장소만 확인하지 말고 준비물도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8. 아이가 혼자 파티에 가는 것을 무서워한다면?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생일파티가 즐거우면서도 긴장되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지내더라도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낯선 장소에 혼자 남는 것을 어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다른 아이들이 혼자 있으니 우리 아이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초대한 부모에게 아이가 아직 영국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라 조금 긴장한다고 이야기하고 잠시 함께 있어도 되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어야 했던 아이가 어느 날 파티장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가도 돼.”
그것 역시 아이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작은 변화입니다.
9. 파티가 끝났는데 우리 아이도 뭔가를 받아왔어요 – Party Bag
영국 어린이 생일파티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party bag입니다.
파티가 끝나면 생일을 맞은 아이의 부모가 작은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기도 합니다.
안에는 작은 장난감, 스티커, 연필, sweets 등이 들어 있을 수 있고 생일 케이크 한 조각을 함께 넣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선물을 주러 갔는데 왜 우리 아이도 선물을 받아왔지?”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생일파티에서는 아주 익숙한 풍경입니다.
물론 party bag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책이나 한 가지 선물로 대신하기도 하고 준비하지 않는 가정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아이 생일입니다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몇 번 다녀오다 보면 드디어 반대 상황이 찾아옵니다.
이번에는 우리 아이가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몇 명을 초대해야 하지?”
특히 영국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한 부모라면 다른 집들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 더 고민될 수 있습니다.
10. 저학년이라면 많은 친구를 초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Reception이나 Key Stage 1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반 친구 대부분 또는 많은 아이를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친구 관계가 친한 몇 명으로 확실하게 나뉘기 전이기도 하고, 여러 아이가 함께 뛰어노는 파티가 잘 맞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soft play나 community hall처럼 여러 명이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편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 전체를 초대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큰 파티를 해야 좋은 생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의 상황과 예산,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원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됩니다.
11. 그런데 고학년이 되면 생일의 모습이 꽤 달라집니다
아이들이 Year 3, Year 4 정도를 지나면서 친구 관계가 조금씩 뚜렷해집니다.
그리고 Year 5나 Year 6 정도가 되면 저학년 때처럼 많은 아이를 한꺼번에 초대하는 파티보다 정말 친한 친구 몇 명과 생일을 보내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파티 장소도 달라집니다.
친한 친구 몇 명과 cinema에 가고, bowling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shopping을 하기도 합니다. 집에 친구 몇 명을 초대해 pizza를 먹으며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가정에 따라서는 sleepover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sleepover는 부모들 사이의 신뢰와 각 가정의 생각에 따라 선택이 많이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Secondary school에 들어가면 변화는 더 확실해집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정해주는 ‘birthday party’라기보다 아이가,
“이번 생일에는 이 친구들이랑 이것을 하고 싶어.”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부모는 장소 예약이나 교통, 비용 등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장소를 예약하고, 초대장을 준비하고, 음식과 케이크를 챙기느라 생일파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의 자리는 조금씩 작아지고 그 자리에 아이의 친구들이 들어옵니다.
초대하는 친구의 숫자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생일을 보내는 방식 자체가 아이와 함께 변하는 것입니다.
12. 몇 명만 초대한다면 조금 조심스럽게
고학년이 되어 친한 친구 몇 명만 초대한다면 초대장을 전달하는 방법도 조금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반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몇 명에게만 초대장을 나눠준다면 초대받지 못한 아이가 속상할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초대장을 전달하는 방법이나 관행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학교의 안내가 있다면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소수의 친구만 초대할 때는 가능하다면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일을 준비하면서 우리 아이에게 다른 친구의 마음을 배려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볼 수도 있습니다.
13. 반대로 우리 아이가 초대받지 못했다면?
부모에게는 이것도 마음이 쓰입니다.
친구들이 생일파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아이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몇 명의 가까운 친구만 초대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에 한 번의 초대 여부만으로 아이의 친구 관계 전체를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부모가 더 속상해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정말 속상해한다면 해결책부터 이야기하기보다,
“초대받지 못해서 속상했구나.”
하고 그 마음을 먼저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할 때도 있습니다.
친구 관계는 한 번의 생일파티보다 훨씬 긴 시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영국에서는 왜 생일을 이렇게 많이 챙길까요?
영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생일을 꽤 중요하게 챙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동료의 생일을 축하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18th, 21st, 30th, 40th, 50th처럼 특별한 나이의 생일을 크게 기념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생일을 함께 축하해온 경험과도 관계가 있을까?
물론 영국 사람들이 생일이나 파티를 좋아하는 이유를 어린 시절의 생일파티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고, 내 생일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생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는 날’**이라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반복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영국 학교의 생일파티는 단순히 케이크를 먹고 뛰어노는 행사를 넘어 아이들이 친구 관계를 경험하는 작은 사회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초대하고, 초대받고, 함께 축하하고, 때로는 초대받지 못해 속상해하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관계를 배워갑니다.
그렇게 생일파티도 아이와 함께 자랍니다
처음 영국에 온 아이에게는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낯설 수 있습니다.
교실도 다르고, 수업 방식도 다르고, 친구들이 하는 말도 빠르게 들립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보내오는 이메일 하나를 읽으며 모르는 표현을 찾아보고, RSVP가 무엇인지 몰라 검색하면서 하나씩 배워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 깊숙한 곳에서 조금 구겨진 생일 초대장 하나를 꺼내 놓습니다.
“엄마, 친구가 나 생일에 오라고 했어.”
부모에게는 날짜와 주소가 적힌 작은 카드 한 장일 뿐이지만, 낯선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이제 이곳에 친구가 생겼어요.”
그래서 처음 받아온 생일 초대장이 유난히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이번에는 우리 아이가 자기 생일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의 이름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반 친구들이 우르르 모여 뛰어놀던 생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정말 친한 친구 몇 명과 영화를 보고, 함께 밥을 먹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생일이 됩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준비하던 생일에서 아이가 스스로 누구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생일로 바뀝니다.
그렇게 생일파티의 모습도 아이와 함께 자랍니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우리의 삶도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영국 학교에서 받아온 작은 Birthday Invitation 한 장.
어쩌면 그것도 낯선 나라에서 아이와 부모가 새로운 일상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작지만 반가운 신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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