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아끼던 물건이 내게 오는 곳, 영국 채리티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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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오기 전 창가의 발레리나를 보면, 내 집에 다 왔다는 것을 안다. |
영국에 처음 왔을 때는 채리티숍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옷이며 그릇, 그림을 구경했는데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그저 싸고 재미있는 물건이 많은 가게인 줄 알고 가끔 들렀다. 그러다 그곳에 놓인 물건들이 누군가의 기부로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건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누군가의 시간이 들어 있었다.
그 뒤로 나도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해 채리티숍에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선물받았지만 내게는 쓸 일이 없는 물건도 있다. 그대로 보관하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부할 때는 직원이 기프트에이드(Gift Aid)에 관해 묻기도 한다. 자격을 갖춘 기부자가 동의하면, 채리티숍에서 물건이 팔린 뒤 자선단체가 그 판매금액에 대해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나는 채리티숍에 가면 그림과 도자기 인형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문다. 그림은 누가 그렸는지 몰라도 마음이 가면 집으로 데려온다. 유명한 작품인지,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집에 걸어 두고 오래 바라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볼 때마다 좋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때 다른 사람의 집에 걸려 있었을 그림을 이제는 내가 아껴 줄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도자기 인형 중에는 스페인 야드로와 나오(NAO)를 좋아한다. 특히 발레리나 인형의 푸른빛이 좋다. 색이 단순히 파랗다고만 할 수 없이 오묘하고, 몸을 따라 이어지는 선은 작은 도자기 안에 춤의 한순간을 담아 놓은 듯하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싶어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내 발레리나 인형은 거실 창가에 있다. 집에 들어오기 전 바깥에서 그 인형을 먼저 본다. 창가의 익숙한 모습을 발견하면 비로소 내 집 앞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는 작은 장식품이겠지만, 내게는 집을 알아보게 하는 풍경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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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도자기 인형에 담긴 푸른빛과 섬세한 선이 좋아 자꾸 바라보게 된다. |
몇 해 전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천사 인형들을 만났다. 누군가 천사 시리즈를 한꺼번에 내놓았던 모양이다. 작고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끌려 집으로 데려왔다. 크리스마스 장식이니 계절이 지나면 넣어 두어야 할 것 같지만, 내 방에서는 일 년 내내 그 천사들을 볼 수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꼭 정해진 때에만 꺼내 볼 이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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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무렵 만난 천사들은 지금도 내 방에서 일 년 내내 함께한다. |
문제는 인형을 둘 자리가 이제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형을 만나면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오래된 도자기 인형은 살 때 손끝이나 꽃잎처럼 얇은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 매장에서 꼼꼼히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야 손가락 하나가 없는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 그 뒤로는 더 자세히 확인한다. 그 작은 손가락을 놓친 날의 기억까지도, 지금은 채리티숍에서 물건을 고르는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다.
채리티숍에 가는 즐거움은 물건에만 있지 않다.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는 근처에 사는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이게 더 예뻐요”, “저게 더 좋아요” 하며 스스럼없이 의견을 건넨다. 물건 하나를 앞에 두고 금세 대화가 시작되는 것을 보면, 가게가 동네 사랑방처럼 느껴진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채리티숍은 새로운 경험의 장소가 될 수 있다. 판매 경험이 없어도 물건을 정리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는다. 누군가 기부한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닿기까지, 가게 안에서는 여러 사람의 시간이 함께 흐른다.
책, 옷, 신발, 가방, 그릇과 그림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의 삶을 잠깐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일은 자원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저렴해서 들어갔던 가게를 이제는 그런 이유들로 다시 찾는다. 때로는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올 때도 있지만, 창가에 놓인 발레리나처럼 오래 곁에 둘 물건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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