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활] 영국에서 외국인으로 25년, 솔직한 영국살이의 현실과 느낀 점
Drawing from 25 years of living in the UK, this post offers a candid look at adapting to British culture, overcoming language and administrative hurdles, and finding deep personal growth in everyday life abroad.

사진설명: 비오는 런던 거리, 회색 하늘 그리고 빨간색 이층버스와 공중전화부스가 있었다 지금은 공중전화 부스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이렇게 있었다.
한국을 떠나 영국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이 나라에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설렘과 막막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오늘은 쿼터 센추리(25년) 동안 영국에서 실질적으로 생활하며 느낀 영국살이의 진짜 모습과 외국인으로서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1. 영국에 도착한 후 느꼈던 문화 충격 (날씨와 인간관계)
변덕스러운 날씨와 영국의 여름
영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 했던 것은 단연 날씨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해가 났다가 비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하늘 아래, 영국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태연하게 걸어 다닙니다. “이러다 그치겠지” 하는 특유의 무심함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저 역시 우산 없이 빗속을 거니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매일 비가 오고 추운 날씨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묻곤 합니다. 물론 비가 자주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장마처럼 쏟아지기보다는 금방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모두 보상해 줄 만큼 화창하고 아름다운 영국의 여름날씨가 있기에 충분히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친절하지만 일정한 거리감
두 번째 충격은 사람들과의 거리감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누구에게나 “Sorry”와 “Thank you”를 입에 달고 사는 매우 예의 바른 사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깊은 관계를 맺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웃과 몇 년을 지내도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흔할 정도입니다. 과도하게 친절하지만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이 거리감이 처음에는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2. 언어의 벽을 넘어 적응해 나간 과정
영어를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정석 영어와 실제 영국인들이 사용하는 억양, 속어, 유머 코드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특히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사투리는 처음엔 알아듣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실수하는 것이 두렵고 싫어서 한동안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피하고 집안 생활만 고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학교 픽업을 비롯해 현지에서 일을 시작하려면 결국 한 번은 용기를 내어 부딪혀야만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언어 문제는 빠르게 나아졌습니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하려는 용기와 태도였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부딪히다 보니, 어느 순간 상대방의 영국식 농담에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 영국 행정 절차와 정착의 현실적인 어려움
외국인으로 거주하면서 가장 까다롭고 골치 아팠던 부분은 각종 행정 절차였습니다.
초기 정착 행정: 국민보험번호(NIN) 발급, 지역 병원(GP) 등록, 은행 계좌 개설 등 필수적인 절차에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한국처럼 온라인으로 즉시 처리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우편으로 서류를 주고받으며 몇 주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빨라지기는 했지만 외국에서 오면 처음에는 이렇게 어떻게 살아 하다가 3년 정도 지나면서 기다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거 및 임대 계약: 집을 구하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현지 신용 기록(Credit History)이 부족한 외국인에게는 확실한 보증인을 요구하거나 수개월 치의 월세를 선납하라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올 해 부터 시행된 부동산 법으로 인해 임차인에게 육개월 선불 받지 않게 되었지만 대신 레퍼런스 과정이 너무 까다로와져서 집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사진설명: 영국에는 동네마다 가까운 곳에 많은 공원이 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 생활에서 발견한 가치들
비록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타향살이를 통해 얻은 삶의 자산도 큽니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고, 낯선 환경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단단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타지에서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네 펍(Pub)에서 우연히 만난 이웃과 나누는 가벼운 안부 인사, 주말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의 활기찬 풍경,
계절의 변화에 따라 아름답게 색을 바꾸는 집 앞 공원의 산책로, 길을 지나다 마주 치는 사람들의 미소 띤 얼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걸음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모여 지난 25년의 타지 생활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두 세계 사이 어딘가의 경계에 서 있는 일 같습니다. 완전히 이곳 사람(현지인)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예전 한국에서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도 없는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 경계에 서 있기에 비로소 볼 수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앞으로도 이 낯설면서도 익숙해진 영국에서의 삶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하나씩 기록해 나가고자 합니다. 영국 유학, 이주, 혹은 해외 정착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실질적인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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