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작가 문학여행 시리즈 #7 다프네 듀 모리에 – 콘월의 바람과 그림자


영국 남서부의 Cornwall 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거친 바람이 절벽을 스치고, 회색빛 바다가 오래된 저택 아래로 부딪히며, 안개는 마치 누군가의 비밀을 숨기듯 천천히 풍경 위에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풍경을 누구보다 아름답고도 불안하게 문장으로 남긴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Daphne du Maurier 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도, 단순한 미스터리도 아닙니다.  사랑과 집착, 기억과 불안, 그리고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아주 조용한 문장으로 깊게 파고듭니다.


콘월을 자신의 문학으로 만든 작가

다프네 듀 모리에는 (1907 - 1989)1907년 London 에서 태어났습니다. 배우이자 극장 경영자였던 Gerald du Maurier 의 딸로 자라며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문학 가까이에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문학 세계를 완성시킨 장소는 런던이 아니라 콘월이었습니다.

1920년대 후반 처음 콘월을 방문한 뒤, 그녀는 이 지역의 황량한 해안선과 오래된 저택, 바람 많은 날씨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 Fowey 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고, 실제로 이곳은 지금도 그녀를 가장 강하게 기억하는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콘월을 여행하다 보면 왜 그녀가 이곳을 사랑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늘 어딘가 차갑고, 골목은 조용하지만 오래된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 풍경 자체가 이미 하나의 문학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영국 해안을 따라 이렇게 차갑게 푸른 색감 그리고 하얗게 내려 앉는 반짝이는 햇살, 그것이 나를 꿈꾸게합니다. 콘월에서 살고 싶어지게 합니다.


《Rebecca》와 맨덜리의 그림자

듀 모리에의 대표작인 Rebecca 는 1938년에 출간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영국 고딕 문학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

“Last night I dreamt I went to Manderley again.”

은 영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도입부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 작품에서 독자들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여성과 함께 ‘맨덜리(Manderley)’라는 거대한 저택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죽은 첫 번째 아내 레베카의 흔적이 모든 공간에 남아 있습니다.

듀 모리에는 직접적으로 공포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침묵, 시선, 계단 소리, 바람, 닫힌 방 같은 아주 작은 요소들로 독자의 불안을 천천히 키워 갑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보다 훨씬 오래 마음속에 남습니다.

그리고 1936년 “자메이카 여인숙”가 있습니다.


실제로 따라가 보는 다프네 듀 모리에의 콘월

1. 포위(Fowey) 항구 걷기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그녀가 평생 사랑했던 마을 Fowey 입니다.

작은 항구와 오래된 건물, 언덕길 위의 집들, 회색빛 바다는 지금도 그녀의 소설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비 오는 날 걷다 보면 《Rebecca》 속 문장들이 떠오를 만큼 공기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오래된 문학 속 공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2. Menabilly 와 맨덜리의 흔적

듀 모리에가 실제로 오랫동안 애정을 가졌던 저택은 Menabilly 입니다.

이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내부 공개는 제한적이지만, 숲길과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왜 이 장소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많은 문학 연구자들은 이 저택이 《Rebecca》 속 ‘맨덜리’의 중요한 모델 중 하나였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주변 분위기는 매우 비슷합니다.
숲 너머 숨어 있는 오래된 집, 바람 소리, 습기 어린 공기, 그리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까지.


3. Bodinnick Ferry 와 해안 길

포위에서 작은 페리를 타고 건너가는 Bodinnick Ferry 도 추천합니다.

배를 타고 천천히 강을 건너다 보면 콘월 특유의 고요함과 바다 냄새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깨닫게 됩니다.

듀 모리에의 작품 속 불안은 단지 상상력이 아니라, 실제 콘월의 풍경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왜 지금도 다프네 듀 모리에를 읽는가

그녀의 작품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조용합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는 인간이 숨기고 싶어 하는 감정들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두려움,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는 것이 무서운 마음, 과거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감정.

그래서 그녀의 소설은 시대가 지나도 낡지 않습니다.

그리고 콘월을 직접 여행하며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독자는 단순히 “소설의 배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바라보았던 바람과 풍경 속을 함께 걷게 됩니다.


콘월에서 문학은 풍경이 된다

콘월의 절벽 위에 서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다프네 듀 모리에가 왜 그토록 이곳에 머물고 싶어 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햇빛이 아름다운 날조차 어딘가 쓸쓸하고, 바다는 늘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는 듯한 곳.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읽고 콘월을 여행하는 일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한 작가의 내면을 따라 걷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문학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평소 지나쳐 버리는 바람과 그림자 속에서, 오래 숨겨 두었던 자신의 감정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일 말입니다.


나의 노트


바다

파도는 거센 바다에 온몸을 맡겼고,
인생의 거센 물결은 끝내 

나를 삼킨다


바다는 끝이 없는 것처럼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 파도 속에서 

때로는 큰 소리로 노래하고,
또 때로는 절망한 채 

뒤돌아섰다.


언젠가 내 삶이 바다 어느 곳에 닿아 

조용히 끝이 난다면,

나는 무엇이라 기억하게 될까

사실 나는 물거품일수도…


물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생 속에서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노래했으며,

무엇으로인해 그리 슬퍼했는지를


생각에 잠긴 바다는
말없이 번져 가는 시퍼런 눈물이 되어
내 앞에 가만히 출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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